AI 스타트업, 우리만의 해자(Moat)가 있는가?
"모델 성능은 상향평준화"… AI 스타트업, 이제는 ‘심장부’를 노려야
과거 인공지능(AI) 산업의 경쟁력은 ‘ 더 많은 파라미터’, ‘ 더 높은 벤치마크 점수’로 요약됐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이런 기술 지표만으로는 시장에서 차별화를 이루기 어렵다는 데 업계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오픈소스 모델의 급속한 발전, 거대언어모델(LLM) API의 대중화, 그리고 클라우드 기반 생태계 확대가 맞물리며 기술적 격차는 빠르게 좁혀졌다. 기술의 상향평준화가 가져온 결과는 명확하다. 이제 승패를 가르는 변수는 ‘모델의 성능’이 아니라 ‘모델이 놓인 자리’, 즉 얼마나 대체 불가능한 위치에 침투했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AI 스타트업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단순한 기술 우위가 아니라, 고객 산업의 심장부를 선점하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생존하는 스타트업들의 공통점으로 ▲폐쇄형 데이터 확보 ▲워크플로우 장악 ▲현장 중심 실행력을 꼽는다.
⓵ 데이터 해자 (Data Moat): '독점성'과 '피드백 루프'가 핵심
AI 모델의 학습 데이터가 ‘연료’라면, 이제 그 품질과 접근성의 희소성이 곧 시장 권력이 됐다. 한때 인터넷의 공개 데이터를 긁어모아 모델을 학습시키던 방식은 경쟁력을 잃었다. 대신 의료, 법률, 제조 공정, 금융 등 특정 산업 내부에서만 생성되는 ‘'특수 도메인 데이터(Proprietary Data)'’가 기업 해자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이를 확보한 스타트업은 진입장벽을 자연스럽게 쌓을 수 있다.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유 데이터가 다시 모델을 개선하는 ‘데이터 플라이휠(data flywheel)’ 구조를 완성하면, 후발 주자는 같은 궤도에 오르기조차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제조업 전용 AI 솔루션 기업이 센서 데이터와 공정 로그를 통해 지속적으로 모델을 개선한다면, 그 데이터셋은 단순한 리소스를 넘어 ‘복제 불가능한 자산’이 된다.
⓶ 워크플로우 통합 (Workflow Integration) : 기능보다 ‘워크플로우’를 장악하라
기업 고객 입장에서 교체 가능한 AI는 단명할 수밖에 없다. 단순한 채팅형 AI나 이미지 생성 툴은 언제든 다른 기술로 대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AI가 고객사의 업무 프로세스 속에 깊이 박혀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최근 성공하는 스타트업들은 특정 산업의 ‘업무 흐름(Workflow)’ 자체를 점유하는 ‘버티컬 특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친다.
법률 AI가 변호사의 문서 작성 프로세스 전체를 통합하거나, 의료 AI가 병원의 진료·청구·데이터 기록 시스템에 완전히 스며드는 방식이다.
이 경우 AI가 단순 기능이 아니라 ‘업무의 일부’로 자리 잡게 되며, 전환 비용(Switching Cost)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다른 솔루션으로 옮기려면 조직 전체의 운영 구조를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⓷ 실행의 고통 (Hard-to-replicate Execution) : ‘실행의 고통’을 견딘 자가 살아남는다
대형 기술 기업들이 자본과 인프라로 시장을 압도하더라도, 손대기 어려운 영역이 있다. 바로 ‘현장성’이다. AI를 실제 산업 환경에 적용하는 과정은 복잡하고 고통스럽다. 수많은 예외 케이스(Edge Case)를 직접 다뤄야 하고, 규제·보안·신뢰 문제를 통과해야 한다.
이 현장 중심의 실행력은 기술력 그 자체보다 강력한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한다.
예컨대 금융권 레퍼런스를 확보하기 위해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한 경험, 공공기관과의 협업에서 얻은 신뢰 이력, 현장 고객과 함께 축적한 엔지니어링 노하우는 그 자체가 ‘복제 불가능한 경쟁력’이 된다.
“해자가 없는 AI는 결국 소모품이 될 것”이라는 말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다. 시장은 이미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AI 민주화’가 부른 냉정한 현실
아이러니하게도, AI의 민주화는 스타트업에게 가장 가혹한 생존 시험대를 만들고 있다. 누구나 비슷한 수준의 모델을 API로 쓸 수 있게 되면서, 남은 것은 ‘어디에’, ‘어떻게’ 적용하느냐의 싸움이다.
시장 분석가들은 향후 AI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기술 스펙이 아니라 “얼마나 독점적인 구조를 구축했는가”로 전환될 것이라 전망한다. 단순한 기능 제공을 넘어 고객의 비즈니스 체계 속에 견고하게 박힌 스타트업만이 지속 가능한 밸류에이션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2026년, AI 산업의 무대는 기술 데모에서 현실 시장으로 완전히 옮겨왔다. 모델의 ‘두뇌’보다 중요한 것은 그 모델이 뿌리내린 산업의 심장부다. 이제 AI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것은 더 똑똑한 모델이 아니라, 결코 대체될 수 없는 자리다.
John.K l Begins Partners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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