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글로벌 빅테크가 주목하는 인도공과대학(IIT)의 경쟁력…한국이 배워야 할 전략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인도공과대학(IIT·Indian Institutes of Technology)이 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의 핵심 인재 공급처로 주목받고 있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은 물론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 주요 기업들까지 IIT 출신 인재 확보에 적극 나서면서 ‘IIT 러시’가 재점화되고 있다.
■ ‘인도의 MIT’를 넘어 글로벌 테크 리더의 산실
IIT는 인도 전역에 23개 캠퍼스를 운영하는 최고 수준의 공과대학 네트워크다. 1951년 첫 캠퍼스인 IIT 카라그푸르(Kharagpur)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약 30만 명 이상의 졸업생을 배출해 왔으며, 이들은 실리콘밸리, 유럽, 동남아 등 글로벌 테크 허브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 트위터 전 CEO 파라그 아그라왈 등 세계적인 기업 리더들이 모두 IIT 출신이라는 사실은 그 영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IIT가 세계 최고 수준 공과대학으로 평가받는 이유
IIT는 단순한 명문 공과대학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고도화된 인재 양성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 핵심은 다음과 같다.
* 초고난도 입시 제도: 매년 수백만 명이 응시하는 ‘JEE Advanced’ 시험은 상위 약 1만5천 명만 합격할 수 있어 MIT, 하버드보다 낮은 합격률을 보인다.
* 수학·알고리즘 중심 교육과정: 컴퓨터 사이언스, 전자공학 중심의 커리큘럼은 AI,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 첨단 산업에 최적화된 인재를 배출한다.
* 세계 수준의 교수진과 연구환경: 미국·유럽 박사 출신 교수진과 함께 운영되는 글로벌 기업 협력 프로젝트, 첨단 연구 인프라가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 산학협력 및 실전 중심 교육: IIT는 구글, 엔비디아, 아마존 등과 공동 프로젝트 및 인턴십을 통해 실무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영어 중심 교육 및 국제 교류: 수업은 전면 영어로 진행되며, 글로벌 유학생 유치 및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
■ AI 인재 전쟁 본격화…IIT 출신 몸값 '폭등'
AI, 머신러닝, 클라우드, 반도체 등 전략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기술 인재 확보에 몰리면서 IIT 출신 인재의 가치도 상승하고 있다.
최근 IIT 뭄바이 졸업생 한 명이 구글로부터 연봉 40만 달러(약 5억 원)를 제안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IIT 출신에 대한 글로벌 기업의 관심은 다시 한 번 뜨거워졌다.
■ 실리콘밸리도, 한국 기업도 IIT 리크루팅팀 가동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IIT 캠퍼스에 전담 채용 인력을 파견하거나 정기 채용 행사를 운영하면서 졸업 전부터 우수 인재를 선점하고 있다. 장학금, 인턴십, 산학 협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장기적인 채용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도 노이다에 대규모 R&D 허브를 설립하고, IIT 델리·하이데라바드 등과 산학협력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 역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을 위해 박사급 IIT 출신 인재를 다수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인도 법인 관계자는 “IIT 출신 인력은 알고리즘 역량과 문제 해결 능력이 세계적 수준”이라며 “한국 기업들도 이제 인도 인재풀에 본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 정부와 대학이 함께 키운 ‘국가 전략 자산’
IIT의 성장에는 인도 정부의 전략적 투자도 큰 역할을 했다.
‘Digital India’ 정책을 중심으로 IIT 재학생의 창업 지원, 글로벌 기업 취업 연계, 해외취업 특화 교육과정 운영 등 정책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며, 영어 기반 교육 환경과 교환연수 확대를 통해 국제화도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IIT는 취업뿐만 아니라 창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음식 배달 앱 Zomato, 결제 플랫폼 PhonePe, 전자상거래 플랫폼 Udaan 등 인도 대표 유니콘 스타트업의 공동 창업자 다수가 IIT 출신이다.
이는 IIT가 ‘기업형 인재’뿐 아니라 ‘창업형 인재’까지 양성하는 종합 혁신 플랫폼임을 보여준다.
■ 한국도 ‘IIT 전략’에서 배워야
IIT 사례는 한국에 여러 시사점을 제시한다. AI가 주도하는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 한국은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100조 원 규모의 투자와 함께 인재 양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도 공과대학(IIT) 출신 인재들이 세계 IT 산업을 이끄는 사례와 같이 IIT는 자원 부족과 낮은 입학률이라는 한계를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교육 혁신으로 극복하며, 구글·IBM 등 글로벌 기업 CEO를 배출한 명문으로 성장했다.
인도의 사례는 국가적 지원과 교육 시스템 개혁, 그리고 지역사회 중심의 인재 양성 노력이 결합될 때 세계적 혁신 인재가 탄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단순한 투자뿐 아니라, IIT처럼 교육의 질적 혁신과 글로벌 인재 유치, 민관 협력의 생태계 조성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한 시사점으로 부각된다.
1. 이공계 특화대학의 네트워크화 필요 : KAIST, POSTECH 등 우수한 공과대학이 존재하지만, IIT처럼 전국적 네트워크로 연결된 공공 이공계 대학 시스템은 부재하다. 브랜드화된 인재 양성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2. 역량 중심 커리큘럼 전환 : 입시 경쟁을 넘어, 실제 문제 해결 능력과 알고리즘 사고력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실무·창의력 기반 커리큘럼 확대가 관건이다.
3. 글로벌 산학연 연계 모델 구축 : IIT는 졸업 전부터 글로벌 기업과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채용까지 연계된다. 국내 대학 역시 글로벌 테크기업과 장기 협업 구조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
4. 정부의 전략적 개입 확대 : 인도 정부처럼 디지털 인재 양성과 기업 연계를 포함한 국가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 재정 지원이 아닌, 교육과 산업을 통합한 ‘디지털 인재 생태계’ 구축이 요구된다.
IIT는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인도의 ‘국가 전략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다. 한국이 AI 초격차 국가로 도약하려면, 그에 걸맞은 ‘AI 인재 사관학교’ 구축과 글로벌 인재 전략 수립이 시급한 시점이다.
Welaunch 김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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