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분석하고 고객 만난다"… AI 세일즈 스타트업 '클레이', 1500억원 규모 투자 유치
텍스트를 생성하거나 코드를 짜주던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이제 기업의 최전선인 ‘영업(Sales)’과 ‘마케팅(Marketing)’ 현장을 완전히 대체하는 국면으로 진입했다. 복잡한 비즈니스 데이터를 스스로 분석해 최적의 영업 전략을 세우고 실제 실행까지 도맡는 ‘자율형 AI 에이전트’ 스타트업에 실리콘밸리의 자본이 무서운 속도로 쏠리고 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AI 세일즈 자동화 스타트업 클레이(Clay)는 1억 1500만 달러(한화 약 15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D 투자를 유치했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투자 라운드에서 인정받은 클레이의 기업가치는 71억 달러(약 9조 7000억 원)에 달한다.
불과 1년 전인 2025년 8월,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투자 펀드인 캐피털G(CapitalG)로부터 1억 달러를 투자받으며 31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지 1년여 만에 몸값을 2배 이상 부풀린 것이다. 글로벌 벤처 투자 시장에 짙게 깔린 한파 속에서도 기업용 AI 소프트웨어 분야만큼은 기록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투자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웰링턴 매니지먼트(Wellington)가 주도했으며,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인 세쿼이아 캐피털(Sequoia),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 스텝스톤(StepStone), 페레니얼(Perennial) 등 실리콘밸리의 간판급 투자사들이 일제히 참여했다.
단순 챗봇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에이전트'로 진화
클레이는 기업의 잠재 고객 발굴(리드 생성)부터 맞춤형 영업 이메일 작성, CRM(고객관계관리) 데이터 업데이트 등 전통적으로 영업 인력들이 수작업으로 처리하던 반복 업무를 AI 에이전트로 자동화하는 플랫폼이다.
구글(Google)과 유력 생성형 AI 기업 앤트로픽(Anthropic) 등이 이미 클레이의 핵심 고객사다. 자체적인 AI 기술력을 가진 빅테크 기업들조차 B2B 영업 파이프라인 구축에는 클레이의 특화된 솔루션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클레이의 AI 에이전트는 기업 내부 및 외부의 방대한 비즈니스 데이터를 교차 분석해 "어떤 고객에게, 언제, 어떤 제안을 보내야 성사율이 가장 높을지"를 스스로 판단하고 직접 실행에 옮긴다. 인간 영업사원이 며칠 밤을 새워야 할 데이터 리서치와 타깃 마케팅을 몇 분 만에 끝내는 셈이다.
카림 아민(Kareem Amin) 클레이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AI는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창업의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클레이의 목표는 이들 기업이 최대 잠재력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엔진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B2B 기업을 위한 최고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으로 시작해 맞춤형 캠페인 인프라를 구축했고, 이제는 기업을 대신해 비즈니스를 키워주는 AI 에이전트를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거품 논란 뚫은 B2B AI의 진짜 무기, '명확한 ROI'
최근 IT 업계에서는 거대언어모델(LLM)의 높은 인프라 비용 대비 실질적인 수익화(Monetization)가 더디다는 이른바 'AI 회의론'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클레이의 이번 투자 유치는 시장의 돈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인프라 레벨의 거대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이 빅테크들의 '자본 소모전'으로 변모한 반면, B2B 업무 현장에 침투해 인건비를 즉각 절감하고 매출을 끌어올려 주는 '수직형(Vertical) AI 에이전트'는 가장 확실한 투자처로 떠올랐다. 기업 고객 입장에서 AI 에이전트 도입은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니라 즉각적인 매출 증대(ROI)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017년 설립 이후 데이터 집약형 인프라를 차근차근 다져온 클레이가 'AI 에이전트'라는 시대적 날개를 달고 70억 달러 밸류의 데카콘 문턱까지 다가섰다. 이번 라운드는 B2B 소프트웨어(SaaS) 시장에서 단순 업무 보조 도구가 아닌 '일하는 방식 자체를 대체하는 에이전트'가 미래 표준이 될 것임을 증명한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Welaunch 김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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