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대시(Doordash), 인스타카트 약 23.5조에 인수 합의…美 배달 플랫폼 ‘빅뱅’
-주당 65달러에 인수 확정…2021년 몸값(390억 달러) 대비 ‘반토막 매각’ 굴욕
-식음료·생필품 장악한 절대 강자 탄생…미국 배달 플랫폼 시장 점유율 60% 육박
-월마트·아마존·우버 대항마 부상 속 FTC 등 반독점 심사·긱워커 운임 통제권 논란 가열
미국 최대 음식 배달 플랫폼 도어대시(DoorDash)가 식료품 당일 배송의 선두 주자인 인스타카트(Instacart·법인명 메이플베어)를 약 170억 달러(약 23조 5,000억 원)에 전격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레스토랑 배달 시장을 장악한 도어대시와 북미 전역의 슈퍼마켓 유통망을 쥐고 있는 인스타카트가 한 지붕 아래 묶이면서, 월마트와 아마존, 우버가 각축을 벌이던 수백조 원 규모의 북미 온라인 식료품·커머스 배송 시장에 초대형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도어대시와 인스타카트가 발표한 최종 인수 계약에 따르면, 도어대시는 인스타카트 보통주 1주당 65달러를 지급할 계획이다. 이는 인수설이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 10월 22일 종가 대비 약 26%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가격이다. 전체 거래 대금 중 최소 75% 이상은 현금으로 지급되며, 잔여 금액은 도어대시 보통주 주식으로 충당된다. 양사는 주주총회 승인과 연방 규제 당국의 결합 심사를 거쳐 이르면 2027년 하반기, 늦어도 2028년 상반기 내에 모든 인수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구상이다.
인스타카트의 입장에서는 드라마틱한 기업 가치의 급변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팬데믹 특수가 절정에 달했던 2021년 비상장 시장에서 390억 달러의 천문학적 몸값을 인정받았던 인스타카트는 이후 엔데믹 전환과 물가 상승, 오프라인 장보기 회귀 흐름 속에 실적 압박을 겪으며 전성기 시절 기업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회사를 매각하게 됐다.
도어대시가 막대한 현금을 베팅한 배경에는 ‘온라인 식료품 배송 인프라’의 완전한 내재화가 자리 잡고 있다. 도어대시는 레스토랑 중심에서 편의점, 펫용품, 소형 가전 등으로 배달 카테고리를 공격적으로 넓혀왔으나, 전통 대형 슈퍼마켓 체인과의 깊은 파트너십과 정교한 신선식품 재고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적잖은 진입 장벽을 겪어왔다. 토니 쉬(Tony Xu) 도어대시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식료품은 온라인에서 성공시키기 가장 까다로운 영역 중 하나”라고 토로했던 이유다.
이번 인수로 도어대시는 인스타카트가 수년간 구축해 놓은 대형 유통사 제휴망과 리테일 테크 솔루션, 그리고 구매 시점에 맞춰 브랜드 상품을 노출하는 고수익 리테일 미디어 광고 사업을 즉각 흡수하게 된다. 글로벌 연간 주문 건수만 30억 건에 달하는 도어대시의 막강한 호출 물량에 인스타카트의 3억 3,800만 건 규모의 식료품 장바구니가 통합되는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엣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미국 배달 플랫폼 결제액 점유율에서 도어대시는 44%에서 59%로 독주 체제를 굳힌 반면, 인스타카트는 26%에서 18%로 축소됐던 만큼 이번 빅딜은 경쟁사를 인수해 시장 장악력을 극대화하는 결정타로 풀이된다.
소비자 관점에서는 유료 멤버십 통합에 따른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 양사는 도어대시의 ‘대시패스(DashPass)’와 인스타카트의 ‘인스타카트플러스(Instacart+)’ 구독 혜택을 단일 요금제로 연계해 가입자들에게 연간 총 1억 달러 이상의 구독료 절감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약 60만 명에 이르는 인스타카트의 독립형 쇼퍼(배달 노동자)들은 도어대시의 배달 주문까지 병행 수행할 수 있는 선택권을 얻게 된다.
그러나 거래 완료까지 넘어야 할 규제의 산은 험난하다. 미국 배달 플랫폼 시장을 양분해 온 1위 음식 배달 사업자와 1위 식료품 배달 플랫폼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DOJ)의 고강도 반독점 조사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실제로 뉴욕시 소비자·노동자보호국 등 지방자치단체와 노동 단체들은 이번 합병이 성사될 경우 배달 플랫폼의 독점적 시장 지배력이 과도해져 소상공인 중개 수수료 인상, 소비자 배달료 상승, 900만 명에 달하는 긱워커(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운임 삭감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딜의 본질이 단순한 속도 경쟁을 넘어 유통과 소비, 플랫폼 노동망 전체를 지배하는 ‘라스트마일 패권 전쟁’의 서막이라고 분석한다. 도어대시가 규제 당국의 서슬 퍼런 칼날을 피해 합병 승인을 따낸다면, 자체 물류 인프라를 무기로 거실과 주방을 공략 중인 월마트와 아마존, 그리고 라이벌 우버에 맞설 가장 위협적인 온디맨드 커머스 제국이 탄생하게 된다.
Welaunch 김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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