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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밖으로 나온 AI: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 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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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 기자|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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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 중심 LLM 한계 넘어 시각·공간·물리 법칙 이해하는 ‘월드 모델’ 부상

- 엔비디아 GR00T부터 구글 제미나이 로보틱스까지…VLA 모델 생태계 급팽창

- 韓 제조·조선·물류 인프라와 결합…실물 기반 딥테크로 글로벌 자본 쏠림 가속


화면 안에서 텍스트와 이미지를 생성하던 인공지능(AI)이 모니터 밖 현실 세계로 걸어 나오고 있다. 언어적 지능에 머물던 거대언어모델(LLM)의 구조적 한계를 뚫고, 물리 법칙과 3차원 공간 역학을 직접 이해하고 행동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와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이 차세대 인공지능 패권의 핵심 격전지로 떠올랐다.


그간 생성형 AI는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뛰어난 논리적 추론을 선보였으나, 물체의 무게감, 마찰력, 중력, 공간적 거리감 등 현실 세계의 직관적 물리 법칙을 체화하는 데는 명확한 한계를 드러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물리적 환경을 시뮬레이션하고 미래 상태를 예측하는 ‘월드 모델(World Model)’과, 시각-언어-행동을 단일 신경망으로 통합한 ‘VLA(Vision-Language-Action) 파운데이션 모델’이다.



보고, 이해하고, 행동한다…VLA 모델 기반 로보틱스 대전


VLA 모델은 로봇에 장착된 카메라와 센서로 주변 환경을 시각적으로 파악(Vision)하고, 사람의 자연어 지시를 맥락적으로 이해(Language)한 뒤, 모터와 액추에이터를 정밀 제어하는 물리적 행동(Action)으로 직접 변환한다. 과거 산업용 로봇이 정해진 좌표와 반복 궤적만을 수행하는 ‘사전 프로그래밍’ 방식이었다면, VLA가 탑재된 로봇은 조명이 바뀌거나 작업 대상의 위치가 흐트러져도 환경 변화를 스스로 추론해 유연하게 대처한다.


글로벌 빅테크와 선도 연구진의 기술 주도권 다툼도 가열되고 있다.


  • 엔비디아(NVIDIA): 휴머노이드 전용 개방형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GR00T(GR00T N1.7)’와 물리 시뮬레이션 플랫폼 옴니버스(Omniverse)를 결합해 피지컬 AI 개발의 표준 생태계를 굳히고 있다.


  •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 RT 시리즈와 제미나이 로보틱스(Gemini Robotics ER 2 / On-Device 2)를 앞세워 초저지연 온디바이스 VLA와 고수준 공간 추론 스택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 앤트로픽(Anthropic): AI 에이전트가 화면과 소프트웨어를 넘어 현실 세계의 물리적 기기를 직접 작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신규 표준 규격인 ‘모델 하드웨어 표준(MHS, Model Hardware Standard)’을 공개하고 리서치 프리뷰를 시작했다.


  • 오픈AI (OpenAI): 로보틱스 전담 부서를 재창단하고 본격적인 피지컬 AI 참전을 선언했다. 자사의 강력한 거대 멀티모달 모델(LMM)을 인간형 로봇 하드웨어에 직접 이식해, 복잡한 현실 세계의 물리적 명령을 지능적으로 추론하고 즉각 수행하는 '로봇 전용 멀티모달 추론 모델' 개발의 마지막 단계를 밟고 있다. 

  • 테슬라 (Tesla):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피지컬 AI 데이터 수집망인 FSD(Full Self-Driving)의 시각 정보 처리 및 종단간(End-to-End) 신경망 기술을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Optimus)'에 그대로 전이하고 있다. 독자적인 AI5 인프라 칩과 xAI의 Grok 시스템을 융합하여 기가팩토리 내부의 부품 분류, 조립 등 비정형 제조 공정에 투입하는 실전 고도화 단계에 진입했다.

  • 메타 (Meta): 로봇이 인간 수준의 촉각을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오픈소스 인공 피부 및 촉각 센서 파운데이션 모델을 고도화하는 한편, 최근 로봇 지능 전문 스타트업인 'Assured Robot Intelligence'를 인수하며 현실 세계의 공간 데이터를 학습하기 위한 독자적인 에이전트 인터페이스 표준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 보스턴다이나믹스 (Boston Dynamics): 유압식을 탈피하고 완전 전동식으로 재탄생한 '올 뉴아틀라스(All-New Atlas)'에 그동안 축적된 정밀 제어 엔지니어링 기술과 AI 강화학습 모델을 결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제조라인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작업자의 개입 없이 복잡한 부품을 스스로 집어 옮기는 다이내믹 모빌리티 AI 생태계를 굳히고 있다.

  • 스타트업 진영: 피지컬인텔리전스(Physical Intelligence)의 ‘π0 (Pi-Zero)’ 시리즈와 피규어 AI(Figure AI), 1X 테크놀로지스 등이 사람의 조작 영상과 현장 데이터를 학습한 멀티태스크 제어 모델을 상용 로봇에 이식하고 있다.

이러한 VLA 모델의 급진전은 물류창고의 비정형 박스 분류, 제조 라인의 정밀 조립, 식음료(F&B) 조리, 더 나아가 험지 작업용 휴머노이드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의 자동화 패러다임을 뿌리부터 바꾸고 있다.



단순 소프트웨어 시대의 종언…‘실물 해자’ 갖춘 스타트업에 뭉칫돈


피지컬 AI의 폭발적 성장은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의 자금 흐름마저 뒤바꿨다. API를 조합한 단순 생성형 AI 서비스나 포괄적 플랫폼에 대한 거품이 걷히면서, 물리적 하드웨어 및 산업 현장 데이터와 결합된 ‘복제 불가능한 진입장벽’을 보유한 딥테크 기업으로 글로벌 투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피지컬 AI 스타트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 로봇 단품 판매를 넘어 RaaS(Robot-as-a-Service, 서비스형 로봇)와 특화 데이터 인프라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장에 투입된 로봇이 작업을 수행하며 실제 센서-모터 궤적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 데이터를 통해 클라우드 기반 VLA 모델을 재학습시켜 성능을 높이는 플라이휠(Flywheel) 구조를 구축한 기업들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추세다.


특히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피지컬 AI 시대를 맞아 독보적인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가장 목말라하는 것은 알고리즘을 실증할 ‘실제 물리 환경과 고품질 현장 데이터’인데, 한국은 반도체, 2차전지, 자동차 조립, 조선, 대규모 이커머스 물류망 등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집약된 제조·산업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산업용 AI 및 피지컬 AI 스타트업들은 이러한 제조 현장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대기업 생산 라인 내 불량 검출, 자율 이송, 협동 로봇 작업 제어 등의 기술을 빠르게 검증하며 해외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기술 전문가들은 “LLM이 주도한 지난 3년이 인간의 지적 노동을 디지털 환경에서 돕는 단계였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지능을 부여받은 기계가 물리적 현실을 재구성하는 피지컬 AI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결국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현장 운영 데이터, 파운데이션 모델을 수직 통합해 실질적인 운영 효율을 증명해내는 기업이 산업 생태계의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Welaunch 김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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