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리더 '애플', AI 혁신은 주춤… 핵심 인재 메타 등 경쟁사로 빠져나가
애플이 인공지능(AI) 분야에서의 혁신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열린 세계 개발자 회의(WWDC 2025)에서 발표된 AI 관련 내용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으며, 핵심 AI 인재들이 메타를 비롯한 경쟁 빅테크 기업으로 이직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WWDC 발표 직후 애플의 주가는 1.5% 하락했다. 시장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애플이 더 이상 새로운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실망감이 확산되고 있다. 발표된 AI 플랫폼 ‘Apple Intelligence’는 온디바이스(on-device) 방식의 30억 매개변수 소형 모델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모델은 오픈AI나 구글 등이 선보인 초거대 언어모델에 비해 기술적으로 한참 뒤처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공개된 내용 역시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새로운 AI 서비스나 신제품 발표는 없었으며, 기존 앱 기능의 일부 개선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행사 현장 분위기도 차분했으며, 온라인상에서는 ‘기대 이하’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 정도 기능으로는 새 제품을 구매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AI 전략에 대한 의문은 인력 이탈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애플에서 자체 대형언어모델(LLM) 개발을 맡아온 수석 엔지니어 루밍 팡(Luming Pang)이 메타로 이직한 사실이 알려졌다. 그는 애플 내 약 100명 규모의 LLM 팀을 이끈 핵심 인물로, Siri와 Apple Intelligence 개발을 주도해 왔다. 그의 이탈은 애플 내부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타는 팡을 포함한 애플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해 수천만 달러 규모의 보상 패키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애플 AI 부문 주요 인재들이 연이어 메타, 오픈AI, 앤스로픽 등 경쟁 기업으로 이직한 사례가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애플 엑소더스(Apple Exodus)’로 표현하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애플의 AI 투자 역시 경쟁사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4년 애플의 AI 관련 투자액은 약 95억 달러 수준으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경쟁 빅테크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이 같은 보수적인 투자 기조는 Siri 고도화 및 Apple Intelligence 개발 지연으로 이어졌다.
실제 내부 테스트에 따르면 Siri는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질문에 정확한 모델 기반 응답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애플이 준비 중이던 맞춤형 Siri 기능도 2026년으로 출시가 연기됐다.
애플은 최근 AI 부문의 대규모 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AI 총괄이던 존 지안안드레아(John Giannandrea)를 교체하고, 전 기술 수석 마이크 록웰(Mike Rockwell)을 새로운 AI 책임자로 임명했다. 이를 통해 내부 전략 재정비와 기술 개발 가속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이 생태계(Ecosystem)와 디자인 중심의 전략에만 의존해선 AI 시대의 기술 리더십을 지키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초거대 언어모델, AI 기반 혁신 서비스, 최고 인재 확보 등 전방위적인 경쟁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애플은 다소 수세적인 모습이다.
AI 기술의 주도권이 급속하게 재편되는 가운데, 애플이 다시금 중심에 설 수 있을지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Welaunch 김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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