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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 리포트] 실리콘밸리 '좀비 테크' 청산 붐: 폐업 및 지식재산권(IP) 매각 전문 플랫폼에 몰려드는 스타트업들의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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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준 기자|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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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금리 시절 투자금 소진된 후기 기업들 줄폐업… 선순위 채권 회수율 10% 밑돌고 파운더 구주 가치는 '제로'


2020~2021년 유동성 파티 시절 수천억 원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았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의 잔여 런웨이가 한계에 도달하면서, 파산과 지식재산권(IP) 매각을 대행하는 전문 청산 플랫폼으로 부도 기업들이 쇄도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와 후기 단계(Late-stage) 펀딩 시장의 경색이 맞물린 2026년 하반기, 후속 투자 유치에 실패한 기업들이 전통적 파산 절차인 '챕터 11(재건형 파산)' 대신 비용과 기간을 대폭 줄인 'ABC(자산양도 청산, Assignment for the Benefit of Creditors)' 제도로 대거 선회했다. 성장률 지표로 결함을 가려왔던 이른바 '좀비 테크' 기업들의 기술 부채와 잔여 자산이 헐값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투자 생태계 전반에 걸친 잔혹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셔터다운' 대행 플랫폼의 호황… ABC 청산 시장의 폭발적 팽창


과거 파산 전문 로펌을 통해 수십만 달러의 비용과 수개월의 기간을 들여 진행되던 기업 청산 절차는 최근 클라우드 기반 청산 대행 플랫폼들이 흡수하고 있다. 대표적 폐업 지원 플랫폼 선셋(Sunset)과 심플클로저(SimpleClosure), 자산 청산 중개 플랫폼 셔우드 파트너스(Sherwood Partners) 등에는 올 들어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의 벤처 후원(VC-backed) 기업들이 몰려들었다.


스타트업들이 정식 법원 파산(Chapter 7·11) 대신 캘리포니아주 법률 기반의 ABC 절차를 택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파산 변호사 수임료를 낼 현금조차 바닥난 상황에서, 독립 수탁자에게 자산을 양도해 30~60일 내로 법인격을 신속하게 말소하고 창업진의 개인 보증 리스크를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청산 절차 소요 기간: 정식 법원 파산 평균 14~18개월 → 전문 플랫폼 기반 ABC 청산 45일 이내로 단축​
  • 청산 대행 수수료: 대형 로펌 패키지(15만~30만 달러) 대비 60~70% 저렴한 3만~5만 달러 선 형성
  • 청산 의뢰 기업 구성: 시리즈 A~B 단계 58%, 시드 단계 27%, 시리즈 C 이상 후기 기업 15% (2026년 상반기 집계치)



1,000억 밸류가 10억 특허로… 선순위 채권(Senior Debt) 회수의 비극


문제는 자산 매각 과정에서 드러나는 처참한 자산 가치 디스카운트다. 2021년 정점 당시 1억 달러(약 1,350억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B2B 플랫폼이나 D2C 이커머스 기업들의 경우, 핵심 코어 IP와 등록 특허 포트폴리오가 플랫폼 경매에서 50만~150만 달러(약 6억~20억 원) 수준의 고철값에 팔려나가고 있다.


이러한 청산 자금은 '워터폴(Waterfall, 자금 집행 우선순위)' 원칙에 따라 국세청 세금 체납분과 미지급 임금, 그리고 벤처 대출(Venture Debt)을 제공한 실리콘밸리 뱅크(현 퍼스트 시티즌스 뱅크) 등 선순위 담보 채권자에게 우선 배분된다. 결과적으로 다음과 같은 자본 구조 왜곡이 고착화되고 있다.


  • 선순위 채권자(Lender) 회수율: 원금 대비 평균 12~18% 회수에 그치며 대손 상각 급증
  • 우선주 투자자(VC): 청산우선권(Liquidation Preference) 1~2배수 조항을 보유했음에도 잔여 배당 자산 '전무(Zero)'
  • 보통주 보유자(창업가 및 임직원): 스톡옵션과 창업자 지분 가치는 100% 영구 소멸


화려한 멀티플을 자랑하던 지분 가치가 완전히 증발하면서, 펀드 만기를 앞둔 초기 단계 VC 펀드들의 청산 수익률(DPI, 출자금 대비 분배율) 역시 바닥을 기고 있다.



빅테크의 독점 회피형 ‘IP 줍줍’과 인력 흡수(Acqui-hire)의 그늘


폐업 플랫폼에 쏟아지는 자산들의 최대 수혜자는 대형 테크 기업과 사모펀드(PE) 산하의 볼트온(Bolt-on) 지주회사들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DOJ)의 강력한 반독점 규제 칼날을 피해, 정식 M&A 대신 경매에 나온 청산 기업의 핵심 AI 모델 가중치(Weights), 도메인 데이터셋, 원천 특허만을 선별적으로 '체리피킹(Cherry-picking)'하고 있다.


실제로 자율주행 라스트마일 물류나 특화 머신러닝 영역에서 수백억 원의 R&D 비용이 투입된 코드베이스들이 통째로 라이선스 형태로 헐값에 팔려나가고 있으며, 핵심 엔지니어링 인력들은 별도의 입사 인센티브 계약을 통해 흡수되는 '어콰이어하이어(Acqui-hire)' 형태로 편입된다. 기업의 부채와 법적 책임은 청산 법인에 남겨둔 채 알짜 기술 자산과 인력만 빼가는 구조적 분리가 시장의 새로운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실리콘밸리의 청산 붐은 시장의 자본 배분 기능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고통스러운 통과의례다. 인위적인 저금리와 마케팅 보조금으로 유지되던 '공헌이익 마이너스' 사업 모델들은 더 이상 후속 투자금으로 연명할 수 없다는 냉혹한 시장 규율이 증명되었다.


이제 국내외를 막론하고 벤처 생태계의 화두는 "다음 라운드 밸류를 얼마로 띄울 것인가"가 아닌, "외부 자금 수혈이 전면 차단되었을 때 자체 현금 흐름(Cash-flow)만으로 생존할 수 있는가"로 완전히 재편되었다. 뼈아픈 파산의 파고 속에서 살아남아 실질 영업흑자를 입증하는 극소수의 기업만이 차기 상승 사이클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독식하게 될 것이다. 




Welaunch 서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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