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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AI는 진화적 사건, 과거 기술 혁명과 차원 달라"…"어떤 국가도 AI 충격 대비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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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현 기자|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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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겸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인공지능(AI) 산업의 경쟁 속도를 높이는 것보다 AI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관리하고 사회 전체가 기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물테러와 일자리 감소부터 교육·의료 분야의 활용까지 AI의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동시에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게이츠는 최근 미국 ‘CBS 모닝스(CBS Mornings)’와의 인터뷰에서 AI 산업의 발전 속도에 대해 “핵심은 반드시 속도라고 할 수 없다”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나쁜 것, 즉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가 생물테러와 일자리 감소 등 심각한 위험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기술 발전과 함께 이를 관리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AI의 발전을 단순히 기존 기술의 연장선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AI가 다른 기술과 달리 사회 전반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AI는 단순한 혁신을 넘어 거의 ‘진화적 사건(evolutionary event)’에 가깝다”고 강조하면서, 현재 사회가 AI의 발전 속도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이츠가 우려하는 것은 AI 자체의 발전이 아니라 기술 발전과 사회적 대응 사이의 격차다. AI 산업 내부에서는 기술이 가져올 위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정치권과 교육계, 학계 등 사회 전반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것이다.


그는 AI가 인류에게 가장 강력한 ‘기회의 평등화 도구’가 될 가능성이 있는 동시에, 반대로 새로운 불평등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AI가 어느 방향으로 작동할지는 기술 자체뿐 아니라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규제하며 사회에 적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게이츠는 특히 정치권을 포함한 사회 각 분야가 AI를 직접 사용해 기술의 작동 방식과 영향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교사와 교수, 연구자, 정치인 등 사회 구성원 전체가 AI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 분야를 예로 들면 AI가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돕는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학생들의 호기심과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AI를 둘러싼 논의가 단순히 ‘사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머무르지 않고, 어떻게 활용해야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로 이동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과 중국의 AI 경쟁에 대해서도 게이츠는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AI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한 국가만 승자가 되는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국이 AI 기술 개발에서는 경쟁하더라도 생물테러와 사이버 공격, 금융 시스템이나 전력망 공격 등 인류 전체가 직면하는 위험에 대해서는 협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AI를 활용한 사이버 공격이나 생물학적 위협은 국가 간 경쟁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점에서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고 봤다. 미국과 중국 모두 AI 기업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각국이 가진 기술과 위험 요소를 들여다보면서 공통의 안전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이츠재단이 추진하는 AI 접근성 확대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게이츠는 현재 생성형 AI가 영어를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세계 여러 언어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품질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가 주목하는 분야는 의료다. 아프리카처럼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환자가 자신의 모국어로 AI에 증상을 설명하고,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가야 하는지 또는 어떤 의료적 조치가 필요한지 안내받을 수 있다면 AI가 의료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서는 영어 외 언어에 대한 고품질 학습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다. 게이츠는 저소득 국가의 언어 데이터를 확보하고 AI 모델에 활용할 수 있도록 게이츠재단이 자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모델이 특정 언어를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의료·교육·농업 등 실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기 위한 벤치마크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AI 경쟁의 기준을 단순한 모델 성능이나 컴퓨팅 규모에서 ‘누구나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AI’로 확장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AI 산업은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GPU, 초거대 모델의 성능 경쟁에 집중하고 있지만, 게이츠는 언어와 지역, 소득 수준에 따른 AI 접근성 격차 역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로 보고 있다.


AI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에 대해서도 게이츠는 위험을 과장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실제 위험까지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AI가 과거의 기술과 비슷한 수준의 변화라고 생각했다가 실제 영향력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사회가 적극적으로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게이츠의 메시지는 AI 산업에 ‘속도를 늦추라’는 것이 아니다. 기술 발전의 속도에 맞춰 안전성, 규제, 교육, 의료, 국제협력 등 사회적 대응 역시 빠르게 발전해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AI 산업이 모델의 파라미터와 벤치마크 성능, 데이터센터 규모를 중심으로 경쟁하는 단계에서 실제 사회 시스템에 깊숙이 침투하는 단계로 넘어가면서, 기술 개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늘어나고 있다. 게이츠가 강조한 AI 위험 관리와 언어 접근성, 미·중 협력, 사회 전체의 AI 활용 논의는 향후 AI 산업의 경쟁 구도가 단순한 ‘더 강력한 모델’ 경쟁을 넘어설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Welaunch  김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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